르상티망 :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으로 한마디로 시기심이라 할수 있다.
이솝우화에 「 여우와 신포도 」 이야기가 있다.
여우가 먹음직스러운 포도를 발견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닿지 않았다. 결국 이 여우는 “이 포도는 엄청 신 게 분명해. 이런 걸 누가 먹겠어!” 라며 가 버렸다. 이는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의 전형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여우는 손이 닿지 않는 포도에 대한 분한 마음을 “저 포도는 엄청 시다”라고 생각을 바꿈으로써 해소한다. 니체는 바로 이 점을 문제로 삼아 우리가 갖고 있는 본래의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이 르상티망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개인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1.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 복종한다.
2.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관을 뒤바꾼다.
이 두 가지 반응 모두 우리가 우리 자신답고 풍요로운 인생을 보내는 데 큰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첫번째로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 르상티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하고 복종함으로써 그 감정을 해소하려고 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명품 가방을 갖고 있는데 자신만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물론 누군가는 명품 가방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물건이 아니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 실제로는 같은 수준의 명품 가방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이 품고 있던 르상티망을 해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특별히 명품 가방이나 옷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페라리 같은 고급 자동차나 리처드 밀 같은 명품 시계의 세계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들 고급 브랜드 시장이 시장에 제공하고 있는 편익을 르상티망의 해소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물건이 넘쳐나 포화 상태임에도 명품 시장이 대체로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업계 관계자들이 극히 교묘하게 르상티망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르상티망의 두번째 반응, 즉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관을 뒤바꾸는 반응에 대해 고찰해보자.
니체에 의하면 르상티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용기와 행동으로 사태를 호전시키려 들지 않기 때문에 르상티망을 발생시키는 근원이 된 가치 기준을 뒤바꾸거나 정반대의 가치판단을 주장해서 르상티망을 해소하려고 한다. 니체는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기독교를 들었다.
니체에 따르면 고대 로마 시대에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던 유대인은 줄곧 빈곤에 허덕였고 부와 권력을 거머쥔 로마인, 즉 지배자를 선망하면서도 증오했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기도, 로마인보다 우위에 서기도 어려웠던 그들은 복수를 위해 신을 만들어 내 ‘로마인은 풍요로운데 우리는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쪽이다. 부자와 권력자들은 신에게 미움받고 있어서 천국에는 갈수 없다는 논리를 세웠다.
니체는 신이라는, 로마인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가공의 존재를 창조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강자와 약자를 반전시켜 심리적인 복수를 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열등감을 노력이나 도전으로 해소하려 하지 않고 열등감을 느끼는 원천인 ‘강한 타자’를 부정하는 가치관을 끌어내 자신을 긍정하려 한 사고관이다.
니체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설파한 「성서」 를 그 전형적인 콘텐츠로 꼽는다. 그 밖에 노동자는 자본가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한 「공산당 선언」 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성서」와 「공산당 선언 」 모두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보급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르상티망을 품은 사람에게 가치의 역전을 제안하는 것을 일종의 킬러 콘셉트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러한 판단의 역전이 단순히 르상티망에 의한 것인지 더 숭고한 문제의식에 뿌리를 둔 것인지 우리는 잘 판별해야 한다. 그러려면 르상티망이라는 복잡한 감정과 그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말과 행동의 유형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
–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 수상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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